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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빈의 정책논단] 포스트코로나시대를 앞두고 신자유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지은 '이데올로기의 종언', 그 책의 내용과 철학이 그토록 중요해질 줄은 정말 몰랐다.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정치경제철학이다. 이를 통해 자본의 활동이 규제를 받지 않고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이를 핵심 이념으로 채택했다. 무역 및 재정 쌍둥이 적자로 시달리던 미국은 국가 간 자본 이동의 비율이랄 수 있는 환율을 강제로 조정했다. 그것이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였고, 당시 세계경제 1위 일본은 갈수록 침몰하게 된다.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대외경제정책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부로도 계속 이어졌다.
신자유주의의 온상이었던 미국 시카고대학 박사출신 고(故) 루디거 돈부시 MIT대 교수는 클린턴 정부 당시 헤지펀드 등 월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인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런 돈부시 교수가 지난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5엔, 130엔에서 엔고가 유발된 매우 민감한 상태였다. 이를 두고 돈부시 교수는 "금세 100엔이 깨어지는 것은 물론 50엔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놀랄 일은 그가 말한 직후 엔·달러 환율이 70엔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그 시점에서 일본정부는 다시 항서를 쓰게 됐다. 그의 강연과 그 후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나타난 결과가 신기했을 뿐, 신자유주의의 전개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는 그땐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돈부시 교수가 다시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였다.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로 급등추세를 보이며 우리나라가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며 질문하던 기자들에게 그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물론 일본과 중국까지 거론했고 그 내용은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문제와 폐쇄성을 거론했다. 이 강연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설파였다는 것을 당시에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며 신자유주의는 우리 경제 구석구석으로 들어서게 된다.우리는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률만 생각했지,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물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필자는 1998년 1월1일 신문 1면에 유명 회계법인이자 컨설팅기업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라는 기사를 전 매체에서 처음으로 쓴 적이 있다. 당시에는 구국의 길로만 알았다. 그것이 신자유주의가 우리나라로 향하는 개선의 나팔소리이자 그 교리를 전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그땐 정말 몰랐다.

이 시점을 전후로 엄청난 건수의 금융관련 법과 규정이 개폐되면서 국제자본에 대한 규제가 전면적으로 폐지됐다. 외국자본이 우리기업이나 금융에 대한 지배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앞두고 국책연구원의 한 고위전문가는 "외국 자본이 우리금융에 대한 지배를 가져서는 안된다. 국가경제의 모든 것을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환란 이후 입장을 바꿨다. "이왕 글로벌 시스템에 편입됐으니, 우리도 나라를 키울 수 있도록 그에 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이로써 우리나라는 타의에 의해 금융시장을 국제자본에 개방하게 된 시대가 개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 됐다.

그런데 그 이후의 결과는 의외였고, 망외의 성과였다. 전 국민의 뼈를 깎는 노력과 기업들의 혁신, 정부 관료들의 고심어린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한국호는 그야말로 신자유주의의 축복을 받은 격이 됐다. 이제는 G10까지 올랐으니 말이다. 중진국에서 글로벌 선진국으로 다시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극단적인 경제 불균형이나 추세적인 인구감소 전망 등이다. 그 모두 신자유주의를 놓고 보면 쉽게 설명된다. 자본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움직이고, 수익성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 극단적으로 인구가 추세적 감소 조짐을 보이는 점도 젋은 남녀 간의 혐오 때문에 벌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비판의 천국인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책전문가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총재가 한국을 방문, 출산상황에 대해 '대량학살'이라고 표현한 것을 잘 음미해봐야 한다.

글로벌 자본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인구가 스칸디나비아 3국이나 베네룩스정도 국가로 된다면 딱 좋을 수 있다. 대략 철강과 조선 등 중후장대산업은 앞으로 급속히 성장할 나라에서 키우는 것이 훨씬 수익성이 높을 테니 말이다. 기업들이 신규일자리를 확대하지 않는 이유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대주주들의 의견은 매우 중요하지만, 다시 이 문제를 놓고 보면 과연 그래야 되나 싶은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로벌 자본 없이 독자적인 경제를 꾸려가는 것이 나을까. 이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글로벌 자본이 빠져나가면 경제위기는 당연히 초래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남미를 보더라도 그렇고, 세계경제 2, 3위의 강국인 중국이나 일본도 매우 노심초사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신자유주의 철학 자체가 엄청난 경제위기를 거치며 최근 그 철학 자체의 위세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난해 미국 국채파동 등으로 결정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돈은 잠들지 않는다'는 자본운용의 철칙으로 인해 빚어진 엄청난 파국이었다. 그 결과는 말도 안 되는 양의 유동성의 투입이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저격수로 꼽히는 놈 촘스키 교수의 주장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그가 자코뱅 등 여러 해외 매체를 통해 꺼낸 화두는 "제로 성장이 아닌 올바른 성장"이다.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 완전한 부정보다는 바른 방향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양당제를 타파할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한다. 그의 주장을 확대해보면 프랑스의 레드 캐피탈리스트와 같은 존재가 나올 법도 하다.

아나키스트에 가까운 촘스키 교수가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한 채 수정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점은 이채롭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효율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불균형을 조정해나가는 방식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수정을 이야기하지만 그 역동성은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어쨌든 신자유주의 철학과 이념이 미국에서조차 기반이 약해지는 상황을 맞고 있지만, 유동성 풍년을 맞은 글로벌 자본의 위세는 사실상 더욱 강해지고 있다. 그것도 최근 ESG 열풍에서 보듯 글로벌 자본은 새로운 진화의 단계로 접어드는 분위기이다.

이런 거대한 변화의 와중에 치러질 우리나라의 내년 대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 이념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도 자본의 위세는 막강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 위력은 더 커지고 있다.

포스트코로나시대가 근접하고 신자유주의 철학이 약화한 현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시스템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인지를 결정지을 순간이 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정치권은 불균형을 완화하면서도 나라의 위상을 최대한 키울 수 있는 근본적인 혁신을 일궈내겠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어온 개인과 특정집단의 이익 등으로 물의를 빚지는 말아야 한다. 노멘클라투라의 첫 등장은 신선했지만 결국 소련의 붕괴를 이끈 존재가 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 정치권이 고민할 것은 대책 없고 뜬금없는 선심정책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에 대한 거대담론에 바탕을 두고 그에 맞춘 비전과 정책방향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북구 수준의 조그만 나라로 머무르게 할 것인가. 아니면 G7, G5와 같이 더 큰 영역과 인구를 보유한 중강국 이상의 국가로 이끌어 갈 것인가. 이제 정치권이 이런 이슈를 주도적으로 논의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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