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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윤석열은 야권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체 상태가 예사롭지 않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한지 보름이 지났지만, 흔히 있을 법한 컨벤션 효과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출마 선언을 하기 이전이나 이후나 여론조사 지지율은 별 차이가 없었다. 박스권에 갇혀 있던 윤석열의 지지율은 최근 들어서는 급기야 하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재명 지사와의 양자 대결에서 오차범위 밖의 격차로 뒤지는 조사 결과까지 나와 눈길을 끈다.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윤석열은 36%의 지지율을 기록해 43.9%를 기록한 이재명에게 7.9%p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동안 여야를 넘어 선두를 달리던 윤석열의 지지율이 추세적으로 하락에 들어선 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일단 그의 지지율이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꺾이기 시작하는 신호일 수도 있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당초 보수층 뿐 아니라 중도층과 탈진보층까지 아울러 압도적 승리를 목표로 하겠다던 윤석열이었다.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확산된 환경이라,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는 사실 충분히 가능한 그림이기도 했다. 그런데 확장은 고사하고 좁아지는 것 같은 분위기가 읽혀진다. 무엇이 문제일까.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의한 ‘가족 리스크’가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장모 최모 씨의 구속 사태에 이어 배우자 김건희 씨의 논문표절 의혹 등이 불거지고, 여러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불안한 시선을 갖게 된 층이 있을 수 있다. 가족들의 문제에 대해 항상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곤 했던 윤석열의 방식이 충분했느냐에 대한 지적도 가능하다.

하지만 네거티브에 따른 리스크는 선거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다. 후보 본인의 매력으로 여론의 지지가 높아지면 어지간한 가족 리스크는 돌파할 수 있다.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장인의 좌익활동 전력이 불거졌음에도 이를 돌파했던 노무현 후보의 스토리가 이를 말해준다.

지금 윤석열이 처한 정체 상태는 후보 본인의 행보에서 찾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윤석열은 출마 선언 이후 가능성 보다는 한계를 드러내는 행보를 해왔다. 우선 ‘강경 보수’로 비쳐진 그의 언행들은 중도확장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 같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보수층의 구미에 맞는 말들은 많이 쏟아냈지만, 정작 확장성의 열쇠를 쥔 중도층이 매력을 느낄만한 아무 것도 내놓지 못했다. 천안함 얘기를 입에 달고 천안함 모자를 쓰고 다니는 대선 후보의 모습은, 굳이 윤석열이 아니더라도 홍준표나 황교안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이었다. 안보와 보훈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코로나가 낳은 민생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대에 그런 대선 후보의 모습은 어쩐지 부조화스러워 보였다. 거기에서 어떻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할 대통령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겠는가.

자신이 중도층의 지지까지 얻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중도층이 지지할 만한 화두와 콘텐츠가 있어야 그들이 지지할 수 있는 것인데, 윤석열에게는 그런 것들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냥 보수정당인 국민의힘과의 차이가 무엇인지, 굳이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윤석열이 드러낸 한계의 또 다른 축은, 문재인 정권 때리기에만 갇힌 분노의 정치만 표출했을 뿐, 미래를 향한 생각과 비전들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권교체의 요구들은 이미 많이 확산되어 있는 환경이다. 정권교체의 필요성은 굳이 윤석열이 반복해서 말하지 않더라도 많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내용들이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정권과는 어떻게 다를 것인가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신뢰를 얻는 일이다.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넘어 어떤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것인지를 국민에게 말하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은 문재인 때리기는 반복하면서 정작 자신은 무엇이 다를 것인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문재인 시대를 심판하겠다는 대선 후보라면 진영과 분열의 정치시대를 종식시키고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 정도는 보였어야 하는 것 아닐까. 지난 4년 수개월의 시간에 대한 분노를 드러낸다고 해서 그것이 곧 윤석열 자신에 대한 신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확장성을 갖겠다고 말은 하면서, 자신을 또 하나의 진영에 가두는, 말 따로 행동 따로의 행보는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낳게 된다. 특히 중도확장성에 대한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김종인, 금태섭과 같은 인물들과의 관계 구축에 소극적이었던 태도는 그의 정무적 감각에 대한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정치세력을 아우르고 손잡는 모습을 보이면서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했어야 할 시기에 그는 혼자 분노의 언어들만 쏟아내며 이곳저곳 다녔다.

윤석열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이 반사체가 아니라 발광체임을 정해진 시간 안에 보여주는데 실패한다면, 정권교체를 원하던 사람들조차도 다른 대안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지, 그것이 반드시 윤석열이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확장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성찰하고 변화하지 못한다면 윤석열은 머지않아 제2의 반기문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모든 것은 윤석열 자신의 몫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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